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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아사설
작성일 2015-06-10 (수) 19:45
분 류 칼럼 논단
이런 시민의식으로 메르스 차단할 수 있겠나
메르스 76번째 환자인 75세 할머니는 삼성서울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쳐 6일 서울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 “메르스가 전파된 삼성서울병원에 간 적 있느냐”는 의료진 질문에 환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자신의 고관절 수술이 미뤄질 것을 우려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의료진의 거듭된 확인에 뒤늦게 시인했을 때는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등에서 400명 가까운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발생한 뒤였다.
메르스 사태가 크게 악화된 데는 이처럼 시민정신의 부재도 작용했다. 다른 국민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태를 더 키웠다.
몇몇 메르스 환자들은 감염 사실을 숨긴 채 병원을 옮겨 다니고 자가(自家) 격리자들이 국내외 여행을 가기도 했다.
14번 확진자의 경우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한 사실을 삼성서울병원에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 병원의 응급실이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됐다.
첫 메르스 확진환자 역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들이 시민정신을 발휘했더라면 사태는 지금처럼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가 격리와 지역사회 확산 방지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거나 고의로 어기는 ‘민폐’ 사례들도 빈발했다. 한 감염자는 여행 취소 권고를 받고도 중국 출장을 간 뒤 현지에서 격리됐다. 대전의 자가 격리자는 울릉도 여행을 갔고, 서울 강남의 60대 여성은 전북까지 내려가 골프를 쳤다. 자가 격리 대상인 30대 남자는 출퇴근을 계속하며 찜질방에도 갔다.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퍼뜨린 사람들도 있다. 부끄러운 시민의식이다.
순창군의 한 마을은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환자 한 명이 발생한 뒤 마을이 통째로 격리됐으나 모든 주민들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는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어제 순창군을 찾아가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며 모범을 보여줬다”고 격려했다. 자가 격리자의 돌출 행동을 막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보건당국의 역할이지만 후진적인 보건의식과 시민의식이 바로 서지 않는 한 메르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보건당국의 지시를 따르고 타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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