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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훈 칼럼
작성일 2018-08-19 (일) 01:59
지금 경제에 대해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 있다.

박정훈 논설위원

일각서 나오는 '위기론'은 과(過)하다고 치자.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만큼은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몇년 만의 최악'이라는 통계가 잇따르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은 9년, 산업생산 증가는 5년 만의 최악이다. 실업률은 외환 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선방하던 수출마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가라앉고 쪼그라드는 침체 경제의 전형적 모습이다. 무슨 충격이 온 것도 아닌데 이렇다.

바깥세상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고전이 실감 난다. 올해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은 98%에 달했다. 한국은 68%였다. 미국도 사실상 완전 고용을 구가 중이다. 미·일 청년은 직장을 골라가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취업난에 절망한다. 일자리뿐 아니다.

OECD 35개 회원국 중 경기(景氣) 지수가 후퇴하는 것은 한국뿐이다. 우리만 9개월 연속 하락했다.

선진국 경제가 다 호조인데 우리만 뒷걸음이다. 일자리도, 성장도 한국만 '왕따'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청와대가 출범 1주년을 자평(自評)하는 보고서를 냈다.

거기에 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지난 1년간 경제 환경이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실과 다른 견강부회다.

외부 여건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세계경제가 금융 위기 이후 최고 호조다. 우리 수출국들이 다 호황이다.

우리는 경제성장의 6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한다.

글로벌 경제가 좋으면 당연히 우리에게도 좋다. 대외 여건이 어렵긴커녕 불평하기 힘들 만큼 좋았다. 이어지는 다음 문장이 더 기가 막힌다. 보고서는 '(경제가)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썼다.

뭐가 놀랍다는 걸까. 보고서는 지난해 3.1% 성장률을 근거로 들었다. 같은 기간 세계경제는 3.8% 나 성장했다. 다른 나라 평균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수출 증가세도 내세웠다. 전 세계가 호황인데 수출이 안 늘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나마 대부분 반도체 효과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정부가 자랑할 처지는 못된다.

무슨 배짱으로 '놀라운 기록' 운운하는 것일까.

이 정부의 낙관론은 점입가경을 치닫고 있다. 온갖 지표가 빨간 불인데 정부만 괜찮다고 한다.

입만 열면 '기저 효과'(작년 지표가 좋아 상대적으로 더 나빠 보이는 것) 핑계를 댄다. 일시적 현상이라며 곧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대책을 물으면 세금 퍼부을 궁리부터 꺼낸다.

고용 안정 자금이 풀리면 일자리가 늘 것이라 한다.

추경예산이 통과되면 경기가 좋아진다고도 한다.

막연한 낙관론 아니면 습관적인 세금 퍼붓기다.

경제를 살릴 근본적 처방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비관론자여야 한다.

최악을 염두에 두는 게 제대로 된 정부다.

이 정부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불편한 사실과 우울한 통계엔 눈을 감는다. 그러니 옳은 정책이 나올 턱이 없다.

통계치 악화보다 안이한 낙관론이 더 겁난다. 인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젠 정부 자체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잘못 짚은 정책이 경제를 더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최저임금 정책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알바가 줄고, 식당 종업원이 감소하고 있다.

노동 약자를 위한 정책이 도리어 취약층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고용 악화는 상당 부분 정부 책임이다.

정책 부작용이 적지 않음이 통계로 입증됐다. 급기야 최하층 소득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공정 경제를 내세운 정부에서 저소득층만 더 가난해지고 있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문제 유발자로 전락했다. 이런 일이 국정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올려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았다.

탈원전을 하겠다며 에너지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노동 개혁 백지화로 기업 의욕을 꺾은 것도 정부다.

모든 나라가 기업을 못 도와줘 혈안인데 한국 정부는 반(反)기업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해칠 자해(自害) 정책들이 쉼 없이 쏟아진다.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정책을 낳고 그것이 경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반도체 산업 기밀까지 공개하려 했다.

경쟁국을 이롭게 하겠다는 고용부를 놓고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는 한탄이 쏟아져 나왔다.

'허니문'은 끝나고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먹고 살기 좋아지긴커녕 실망스러운 성적표가 날아들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진지하게 정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만들 능력이 되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은 정부일 수밖에 없다. 추상적 구호나 장밋빛 전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결과와 실적으로 사람들의 걱정이 틀렸음을 입증해야 한다.

-박정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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