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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엉터리전도사
작성일 2018-08-02 (목) 17:59
나무꾼이 성폭행범이라고?

나무꾼이 성폭행범이라고?

 2018.07.31 

“나무꾼은 성폭행범이자 여성납치범이 될 수도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한 보름 전 어느 포럼에서 오랜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두고 한 말입니다. 물론 ‘관점을 달리하면’이란 토를 달았습니다. “선녀 입장, 아이들 입장, 선녀 부모 입장을 비교해 보면 나무꾼은 성폭행범이자 여성 납치범”이라고 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남녀 간의 성문제를 두고 생각을 달리하는 집단적 행위가 요즘 두드러지게 많아졌습니다. 미투(Me Too) 파동 여파인지 지난 7일 서울 혜화역에서는 1만 명이 넘는 워마드(Woman+Nomad 합성어)가 시위를 벌였습니다. 여성혐오에 반대한다는 워마드 사이트는 과거 독립운동가 모욕, 국기 모독, 남성 알몸 사진 유포 등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지난 5월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유포한 여성 긴급 체포 사건 이후엔 예수 성체 훼손, 태아 훼손, 아동 살해 예고 등 끔찍한 사진들을 올려 사회문제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정 장관 스스로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그 나무꾼. 과연 그가 선녀를 약취유인, 강제 간음한 성범죄자일까? 전설과 동화 내용조차 가치전도하는 현상을 보며 ‘탈진실의 세상’임을 새삼 실감합니다.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한 주장과 투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남존여비, 가부장제 의식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도 여권 쟁취를 부르짖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소설 장르를 통한 절규였지만 반향은 엄청났습니다.

# 실패한 혁명…남자의 진통

동방예의지국 어느 정승 댁 며느리가 창조주 하나님을 찾아가 독대를 청하고, 남녀의 성평등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인간이 아기를 만들 때는 남녀가 합작해서 만들었는데 왜 여자만 산통을 겪어야 합니까? 창조주 하나님은 고통분담 성평등 정책을 즉각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온 세상 여인들을 모두 불러 모아 유모차 끌고 촛불시위를 벌이겠습니다.”

촛불시위 소리에 겁먹은 하나님은 정승 댁 며느리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 후 세상 남자들은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진통에서 출산까지 산모와 똑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정승의 며느리가 만삭의 배를 양손으로 싸안고 “아이고! 나 죽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방바닥을 나뒹굴었다. 바로 그때 그 집 하인 멍쇠가 마당 쓸던 빗자루를 내던지고 “아이고! 나 죽네!” 소리치며 마당 한가운데서 나뒹굴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부터 오랫동안 남자들의 진통은 계속됐다.

박 첨지 며느리가 아기를 낳을 때 건너 마을 송 서방이, 훈장 마누라가 아기를 낳던 날 절간에서 염불하던 스님이 뒹굴었고, 국회의원 마누라가 아일 낳을 때는 운전기사가 진통을 했다.

하숙집 아줌마 때는 시골서 유학 온 하숙생이, 최 참봉 댁 손주며느리 때는 우유배달원이  “아이고! 나 죽네!” 소리쳤고, 강 부잣집 셋째 며느리 출산 땐 설교하던 교회 목사가 배를 움켜잡고 강단 위에서 떼굴떼굴 굴렀다.

사태가 이쯤 돌아가자 집에서 쫓겨난 여인들이 집단으로 하나님을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남녀평등 필요 없다. 원상복귀하라!” “복귀하라!”

“원상복귀 안 하면 촛불시위 각오하라!” “각오하라!”

촛불시위 엄포에 놀란 하나님은 여인들의 원상복귀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리스 신화를 페러디한 성평등 운동사의 한 토막입니다. 비록 실패한 혁명이지만 창조주의 전능을 뒤엎는 촛불의 위력이 써늘합니다.

그런 거창한 구호도, 애틋한 사랑도 없는 어느 촌부의 애틋한 사부곡은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밀밭에서 이뤄진 운명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 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 자 물어본 게 단데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 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녁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 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중략)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지

가정용도 안 되는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 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이정록(1964~, 충남 홍성, 교사) 시인의 <참 빨랐지 그 양반> 내용입니다. 밀밭에서 야합한 불한당, 남 먼저 세상을 등진 박복한 남편. 그래도 바람 한번 안 피운 ‘그 양반’에 대한 애잔한 추억과 사랑만 기억하는 것은 촌부의 어리석음 때문일까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억과 미래가 매번 바뀌는 대한민국’(김대식 KAIST 교수· 뇌과학)이라고 하지만 더위를 먹어서인지 관점을 뒤바꾸기가 쉽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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