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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6-02-17 (수) 17:21
맏딸의 결혼식 이야기

평생을 혼자 걷지 못하고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힘든 걸음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건... 맏이인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시더니 그날부터 줄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하셨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얼마나 힘겨워 보이시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땅바닥에 넘어지곤 하셨다.

〃아빠, 그렇게 무리하시면 큰일나요.〃

엄마랑 내가 아무리 모시고 들어가려고 해도 아버지는 진땀 을 흘리시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얘야, 그래도 니 결혼식날 이 애비가 니 손이라도 잡고 들어가려면 다른건 몰라도 걸을 순 있어야재...〃

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큰아버지나 삼촌이 그 일을 대신해 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남편이나 시부모님, 그리고 친척들, 친구들에게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힘겨운 걸음마 연습이 계속되면서 결혼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난 조금씩 두려워졌다.

정작 결혼식 날 아버지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신랑측 사람들이 수근대지나 않을까...

한숨 속에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제일 먼저 현관에 하얀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누구의 신발인지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만난 아버지는 걱정했던 대로 아침에 현관에 놓여있던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난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잠깐인데 구두를 신지 않으시구선...´

당신의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 떠나는 내게 힘을 내라는 뜻인지...

난 결혼식 내내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떠올랐다.

도대체 누가 그런 운동화를 신으라고 했는지..

어머니일까?

왜 구두를 안 사시고...

누구에겐지도 모를 원망에 두 볼이 화끈거렸고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버지의 무안한 듯한 표정도, 뿌듯해 하시는 미소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렇게 결혼식은 끝났다.

그 후에도 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손을 잡고 아버지가 걸음을 떼어놓는 장면이 담긴 결혼 사진을 절대로 펴보지 않았다.

사진 속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봐도 마음이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비로소 그 하얀 운동화를 선물했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

〃아가야, 네 남편에게 잘 하거라. 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데 니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찾아와 용기를 주었고, 걸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날에는 행여 내가 넘어 질까봐 푹신한 고무가 들은 하얀 운동화도 사다 주고,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

난 그때 알았다.

니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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