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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엉터리전도사
작성일 2017-07-18 (화) 00:05
거지 /뚜르게네프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늙어빠진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 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헤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오오, 가난은 어쩌면 이다지도 처참히

이 불행한 인간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푼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한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는 모조리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도 없다. 시계도 없다, 손수건마저 없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지는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내민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리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그 더러운 손을 덥석 움켜 잡았다.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는 충혈된 두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쳤다.....

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습니다, 형제여" 하고 속삭였다.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積善)이니까요"

 

나는 깨달았다.

나도 이 형제에게서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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