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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만
작성일 2013/02/19 (화) 15:36
ㆍ조회: 1734   
브라운 대사와의 氣싸움(브라운각서의 동기와 배경)
제목 없음

아이젠하워, 존F케네디, 죤슨 월남전 원조와 참전과 확전을 결행한 이들 세명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 미국우월주의'와 아시아에 대한 무지다. 이중 특히 우월감에서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무지는 오판의 첫걸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들은 당시 아시아에 한층 물오르기 시작한 민족주의 운동을 과소평가, 결국 패전의 굴레를 쓴다. 그러나 난 우리만큼은 오산에 의해 월남전에 뒤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 비하면 박 대통령의 월남 참전 결정을 얻은 것은 모두 챙긴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실리는 대단한 성과였다. 물론 처음부터 몇 번씩 거르고 거른 시나리오였다. 거르는 과정에는 자리가 따로 없었다.

1964년 겨울,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날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난 박정희 대통령, 장기영 부총리, 김성은 국방주 장관과 함께 위트를 곁들이며 거르는 작업을 했다.

말머리는 항상 박 대통령의 몫이었다.

" 이 장관 사실 나도 명분없는 참전이란 걸 잘 알고 있소. 그러니 이 장관은 실리를 챙기는데 절대 소흘해선 안 되오. 그리고 파병 규모는 최대가 5만 명, 그 이상은 절대 안 되오. 이 점을 잊지말고 협상에 임해 줬음 하오."

아무튼 난 미국과의 파병 교섭에서 첫 째도 실리, 둘 째도 실리를 생각하며 임했다. 그러다 보니 파트너인 브라운 대사가 짜증내는 건 당연한 일, 벌써 해가 바뀌어 1965년이 됐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1월에는 2천 명이 다시 월남으로 향했으나 그들 역시 비전투요원, 브라운으로선 속이 탈 지경이었다. 브라운은 두 손으로 비는 시늉까지 하며 내게 매달렸다. 그래도 나는 요지부동이었다.

" 브라운 대사, 당신 입장을 나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오. 하나 난 선교섭 후파병 원칙을 버릴 순 없오."

그 해 2월 말 다급한 브라운 대사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 이 장관 그럼 아예 나 말고 미국가서 고위층을 만나 보시죠. 마침 5월 박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니 사전 협의 차 들러 러스크 국무장관을 만나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글쎄--, 그렇다면 러스크 장관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까?"

" 그거야--, 그렇진 않지요. 최종 결정은 존슨 대통령이 할 겁니다. '

" 그렇다면 난 직접 존슨 대통령을 만나겠소."

난 정색을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당돌한 내 말에 브라운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나 역시 지지부진한 협상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한국의 장관이 미국 대통령 만나겠다는 당돌함에 브라운은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아니꼬웠지만 아쉬운 쪽이 미국이었으니 어쪄랴. 결국 브라운은 본국에 연락, 난 미국 방문 길에 오르게 되었다.

3월 18일 난 백악관에 들르기 전 오찬을 겸해 러스크 국무장관과 먼저 만나 의견을 개진했다. 난 솔직히 털어놓았다.

" 러스크 장관, 월남전을 통해 경제를 일으키려는 우리의 입장을 너무 추하다 생각마십시요. 어차피 미국으로서는 써야할 돈 일부를 한국으로 돌린다고 줄어들진 않을 겁니다. 사실 우리의 월남 파병은 야당의 반대가 의외로 거세 심각한 국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려는 건 미국과의 의리를 잊지 않으려는 박 대통령의 호의 때문 입니다. 이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날 저녁 난 예정대로 백악관을 방문, 존슨 대통령과 만났다.

" 각하, 전 월남에서 곤경에 빠진 우방 미국을 돕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미국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요."

갑자기 존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곤 강항 어조로 입을 열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전투병력의 파월입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 그러나, 각하 월남전은 전세계적으로 반대 여론이 높고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다 아직 한국은 미국을 도와줄 만큼 경제, 군사적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미 양국은 필히 최선의 도움수를 찾아야 할 겁니다."

"옳은 말이오. 동감입니다."

" 그러나 미국은 일단 말려든 전쟁이니 만큼 이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소. 지난달부터 북폭을 시작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지요. 또한 그렇기에 우린 한국에 군대 파병을 요청한 겁니다."

어느 새 존슨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난 이때쯤 내 의도를 풀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각하 그래서인데-- 우린 몇 가지를 미국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우선 파병에 소요되는 비용은 미국이 분담하고 물품의 제조와 수송은 우리가 맡았으면 합니다. 또한 같이 피를 흘리는 입장에서 미군과 한국군이 동등한 대우를 바라는 바입니다. 그리고 한국군의 현대화와 경제발전에도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말을 마친 내가 주위를 둘러보니 동석한 맥나마라의 얼굴은 썩 내키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하나 번디는 끝까지 날 도우고 싶은 모양었다. 그가 거들었다.

" 각하 한국은 월남전 특수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한국전을 통해 일본이 경제적으로 일어섰듯 말입니다."

지원사격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존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이 장관 말 충분히 알겠군요. 하긴 뒷짐지고 월남전을 비판하는 일본에 이익이 돌아가선 안 되지요. 실무협상을 통해 한국측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드리겠소."

난 기어이 존슨의 입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냈다.

그날 내가 얻어낸 조건은 대충 이러했다.

* 한국군의 기한부 현대화와 휴전방위문제
* 파월군의 처우개선및 장비교체
* 군원이관중단
*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완화와 주월연합국의 군수물자에 한국 상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바이 코리안 정책 채택
* 한, 미, 월 삼각경협의 보장
* 이미 배정된 1억 5천만 달러의 AID차관 조기 사용.

사실 이는 당시 미국이 얼마나 우리의 파병을 학수고대했는가를 보여 준 단편에 불과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하다 싶을 정도였다.

일례로 국군현대화계획은 미국도 입을 벌릴 정도의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꾸며졌고 거기엔 잠수함까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동원 박사 ( 전 외무부 장관 )의 회고록 ' 박 정희 대통령을 그리며--'에서 옮김

이름아이콘 김경만
2013-02-19 15:43
브라운 각서는 박 대통령과 이동원 외무부 장관 두분의 작품이며,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 김성은 국방부 장관도
외무부 장관의 보고로 알았을 뿐 아무런 역할도 없었다. 물론 채명신 초대 맹호사단장(후 주월사령관)의 직언이
바탕으로 한국군의 현대화의 문제를 해결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름아이콘 운영자
2013-02-19 15:53
김경만 전우 참으로 당시의 현실을 짧게 정리된 좋은 글입니다. 바로 역사의 한 페이지 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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